질문이 ‘조회’가 되던 날
[지난 편에서] 계획 시스템은 있었지만 실행 데이터가 없어 직접 개발을 시작했고, 그렇게 만든 것이 회계와 끊어지며 단절이 시작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SAP 안에서 MPS(Master Production Scheduling, 기준생산계획)와 MRP(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 자재소요계획) 체계로 다시 세우되, 그 회사가 쌓아온 판단의 기준은 파라미터와 기준정보로 옮겼다는 것까지. 오늘은 그다음, 실행 이야기입니다.
회의실의 세 가지 질문
팹리스의 외주 생산은 12주에서 20주를 넘는 장납기를 전제합니다. 웨이퍼가 파운드리에 들어가고, 패키징을 거쳐, 테스트를 지나 완제품이 되기까지 – 그 긴 흐름 위에서 고객의 주문이 바뀌면 회의실의 질문은 늘 같았습니다.
이 제품은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사급 자재는 다 들어갔는가. 예정 수량이 납기 안에 가능한가.
세 질문 모두 답은 있었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담당자가 메일을 뒤지고 엑셀을 열어 맞춰본 뒤에야 나왔습니다.
정보는 있었습니다. 한 사람에게만 있었습니다
협력사들은 생산 실적과 진행 경과를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메일로, 엑셀로. 회사마다 양식이 달랐고 보내는 주기도 달랐지만 어쨌든 왔습니다.
그래서 담당자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로트가 어디쯤 있는지, 어느 협력사가 늦어지고 있는지 –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전체 그림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그림이 그 사람 안에만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부서가 알려면 물어봐야 했고, 물어보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보가 없는 회사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정보가 개인에게 묶여 있는 회사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이 상태는 담당자가 유능할수록 오래 유지됩니다. 그 사람이 잘 해내고 있으니 문제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납기에서는 그 시차가 비싸집니다
리드타임이 짧은 사업이라면 공유가 하루 이틀 늦어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장납기에서는 다릅니다. 지금 세운 계획은 넉 달 뒤에 결과로 돌아오고, 그때 가서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수요가 흔들렸을 때 얼마나 빨리 현황을 모아 재계획을 돌릴 수 있는가가 곧 대응력이 됩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정리를 기다리는 구조에서는 그 속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계획 시스템을 잘 갖춘 회사가 정작 실행에서 반 박자씩 늦는 상태 – 이 회사가 겪고 있던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입력 지점을 하나로 옮겼습니다
저희가 택한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실적이 들어오는 입구를 하나로 만든다. 저희의 EPSM 협력사 생산실적 관리 솔루션에 포털을 두고, 공정 실적이 그곳으로 들어오면 SAP ERP에 자동 반영되도록 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모든 협력사가 포털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협조해 준 곳도 있었고, 기존 방식을 고수한 곳도 있었습니다. 팹리스가 파운드리나 패키징 회사에 업무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들어오지 않은 협력사의 실적은 이 회사 담당자가 직접 포털에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핵심은 누가 입력했느냐가 아니라 입력 지점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의 메일함에 흩어져 있던 정보가 한 곳에서 같은 형식으로 같은 원장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담당자가 손으로 넣더라도, 넣는 순간 그 정보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것이 됐습니다.
나중에 바꾸려면 재구축이 되는 결정들을, 처음에 옳게 잡아야 합니다. 데이터가 어디로 어떤 형식으로 처음 들어오는가는 그런 결정 중 하나입니다. 입구가 여러 개인 채로 굳으면 그 위에 무엇을 얹어도 맞춰보는 일이 따라붙습니다.
질문이 조회가 되었습니다
데이터가 흘러들기 시작하자 회의실이 달라졌습니다.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 화면에 있습니다. 사급 자재가 다 들어갔는가 – 수불 정보로 읽힙니다. 납기 안에 가능한가 – 재공과 잔여 공정을 놓고 계산됩니다. 몇 시간짜리 확인 작업이었던 것들이 조회가 됐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그다음입니다. 영업과 생산, 자재와 회계가 처음으로 같은 숫자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각 부서는 자기 자리에서 자기 방식으로 모은 숫자를 들고 회의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같은 화면을 보고 들어옵니다. 회의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 숫자를 맞추는 자리에서 판단을 하는 자리로.
계획과 실적이 같은 엔진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편에서 계획을 SAP 안의 MPS와 MRP로 세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결정이 여기서 값을 합니다.
계획이 외주 발주로 떨어지고, 협력사가 실적을 올리면, 그 실적이 같은 원장에 재공과 납기로 쌓이고, 그 숫자가 다시 다음 계획의 입력값이 됩니다. 계획과 실적이 별개의 시스템에 있었다면 둘을 맞추는 일이 또 하나의 업무가 됐을 겁니다. 같은 엔진을 공유하니 맞출 일이 없습니다.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SCM 통합의 본질이 결국 실행력의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계획을 세우는 능력은 이 회사에 원래 있었습니다. 없던 것은 그 계획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아는 능력이었고, 그것이 생기자 계획 자체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토대는 한 번 세우고 끝나는 구조물이 아니라, 비즈니스 국면에 따라 살아 움직이며 고도화되는 체계입니다. 이 회사의 계획 역량이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이 마지막 편입니다. 실행이 연결되자 그 위에서 회계가 달라졌습니다 – 첫 편의 그 회의실, 아무도 답하지 못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답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협력사의 실적이 우리 원장에 들어오기까지 며칠이 걸립니까. → CloudiaACRAS · EP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