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GATE 03
● 성장의 문 · SCALE
같은 문제가 두 번째로 돌아올 때 열립니다.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시리즈 리드] 성장하는 회사는 아홉 개의 문 앞에 선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규모의 문, 신뢰의 문, 진화의 문 – ACRAS가 8년의 현장에서 정리한 ‘성장의 9관문’을 한 편씩 해부합니다. 이번 편은 규모의 문 – 세 번째 문은 사람이 늘어날 때가 아니라, 같은 문제가 두 번째로 돌아올 때 열립니다.
우리 팀이 이 문을 처음 만난 것은 20여 년 전, 전자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보내던 한 성장기업의 프로젝트에서였습니다. 매출이 해마다 뛰던 시기였고, 이슈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개발과 검증 단계에서 잡히지 않은 품질 문제가 생산에서 터지고, 그것이 출하 지연이 되고, 해외 물류가 얽히면서 납기가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이슈가 날 때마다 반드시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 사람이 현장으로 가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회사는 그렇게 그 시기를 넘겼습니다. 다만 풀린 줄 알았던 문제가 몇 달 뒤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때도 같은 사람이 갔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성장통이라 불렀습니다. 그때 배운 것이 이 글의 전부입니다. 히어로가 없었다면 회사는 그 시기를 넘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히어로는 문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다음 발생까지의 시간을 벌어 준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돌아오는 이유는 사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 문제가 지나가는 길 – 절차 – 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히어로는 문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시간을 벌어 준 것입니다.

히어로는 문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시간을 벌어 준 것입니다

피터 센게(Peter M. Senge)는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1990)에서 이 반복을 ‘짐 떠넘기기’라는 구조로 설명했습니다. 증상을 빠르게 없애는 해결책이 문제의 압력을 낮추고, 그래서 근본 해결책은 미뤄지고, 조직은 증상 해결책에 점점 더 기대게 된다는 것. 히어로가 증상 해결책이고, 절차가 근본 해결책입니다.
히어로가 유능할수록 절차는 늦게 생깁니다 – 그가 해결해 주는 동안은 아무도 절차의 부재를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른 상태는 누군가의 태만이 아니라, 사람의 재능으로 만든 성과를 조직의 성과로 바꿔야 하는 단계에 회사가 도착했다는 신호입니다.

당시에는 옳았던 두 가지

히어로에 기대는 것은 초기에는 옳은 방식이었습니다. 시스템이 몇 개 안 되고 사람이 일을 다 알 때는 가장 빠른 해결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회사가 커진 뒤에도 유일한 방식으로 남는 데서 생깁니다.
두 번째는 절차를 정하려 모일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부서장들이 각자의 방식을 내놓고 합의로 하나를 만들면, 결과물은 최대공약수가 아니라 최대공배수가 되기 쉽습니다. 누구의 방식도 버리지 못했으니 모든 예외가 절차에 들어가고, 그 절차는 만든 사람들조차 지키지 못합니다. 합의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합의의 대상이 ‘누구의 방식을 지킬까’였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반대편의 실패도 있습니다. 표준을 통째로 현장에 내려보내는 것입니다. 현장이 동의하지 않은 절차는 문서로만 남고 반복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히어로를 시스템으로 바꾼 것일 뿐입니다.

일하는 방식을 잡고, 반복시키고, 다시 지을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점은 세 문장입니다.
첫째, 일하는 방식을 잡습니다. 절차를 정하고, 그 절차를 반복시킵니다. 반복이 시작되면 그 반복 속에서 개선할 것과 이슈가 드러납니다 – 어느 단계에서 검증이 빠지는지, 어느 지점에서 예외가 쌓이는지. 20여 전 우리 팀이 반복되는 문제를 끊은 방법이 이것이었습니다. 개발과 검증의 절차를 정해 반복시키자 품질 이슈가 어디서 새는지 보이기 시작했고, 드러난 이슈를 하나씩 고치면서 절차가 굳어 갔습니다. 절차의 반복이 만드는 이 가시성이 없으면 개선은 다시 히어로의 기억에 의존하게 됩니다.
둘째, 그 방식은 지금의 관리수준에 맞춰 짓고, 관리수준이 올라가면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토대는 한 번 세우고 끝나는 구조물이 아니라, 비즈니스 국면에 따라 살아 움직이며 고도화되는 체계입니다. 표준 위에 절차를 세운 회사는 다시 짓는 비용이 작습니다. 개별 개발로 굳힌 회사는 첫 정의가 마지막 정의가 되고, 회사의 관리수준이 시스템의 수준에 발이 묶입니다.
셋째, 절차의 정의는 지금 이 부서, 이 법인, 이 제품군의 근시안을 넘어 확장과 확산을 감안해야 합니다. 오늘 맞는 절차가 두 번째 법인과 두 번째 채널에서 깨진다면 그것은 절차가 아니라 사례였던 것입니다. 좋은 설계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일의 선택지를 남겨두는 일입니다.

표준은 답이 아니라, 참조점입니다

표준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은 이 세 가지 일을 훨씬 쉽게 만듭니다. 검증된 표준은 반복 가능한 과업과 절차를 이미 갖고 있어 반복의 구조를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고, 그 과업을 논의하는 사람들의 근시안을 넘어 더 큰 그림을 보게 해 줍니다.
신재은은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2025)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커진 뒤에도 빠른 이유를 개인의 탁월함이 아니라 프로세스에서 찾았습니다 – 반복되는 일을 시스템에 넘겨야 사람이 판단에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표준화된 프로세스는 창의성의 제약이 아니라 속도와 확장의 장치라는 것.
다만 표준은 답이 아니라 참조점입니다. 표준을 우리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조직의 구성원이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고, 그 합의를 거친 절차만이 반복됩니다. Fit-to-Standard 워크숍이 표준을 내려보내는 자리가 아니라 표준을 놓고 현장이 합의하는 자리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조직이 자기 절차를 놓고 벌이는 이 당연한 노력이 빠지면, 표준은 히어로의 자리에 앉은 또 하나의 히어로가 됩니다.

갈림길은 같은 문제가 두 번째로 돌아올 때 옵니다

이 문의 시점은 조직도가 커질 때가 아니라, 풀린 줄 알았던 문제가 두 번째로 돌아올 때입니다. 그때 히어로를 다시 보내는 회사와 절차를 정하는 회사가 갈립니다. 절차가 반복되어 남긴 데이터 위에서만 회사는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고, 그 데이터 위에서만 AI는 “이 이슈가 다시 옵니다”라고 먼저 말해 줄 수 있습니다.

표준 위에 토대, 그 위에 신뢰 데이터, 그 위에 AI – 이 순서의 첫 칸은 히어로가 아니라 프로세스이자 이 절차의 시스템화입니다.

세 번째 문을 여는 질문

우리 회사의 위치는 세 가지 질문으로 잴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같은 이슈가 두 번 이상 돌아온 적이 있는가. 그때 남은 것이 사람인가, 절차인가. 우리 절차 가운데 다음 성장 단계에서 다시 지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첫 질문에 ‘있다’고 답하셨다면, 그 이슈가 지나가는 길부터 잡을 차례입니다. 어디서부터 잡을지, 도입 전 진단으로 확인해 보세요.

풀린 줄 알았던 문제가 돌아오고 있습니까. → ERP 도입 진단

참고 자료
· 신재은,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 그들을 세계 최강의 조직으로 만든 핵심동력』, 더퀘스트, 2025.
· Peter M. Senge, The Fifth Discipline: The Art and Practice of the Learning Organization, Doubleday, 1990 (개정판 2006). 국역 『학습하는 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