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느는데, 이익이 어디서 나는지 모릅니다.

#GATE 05
● 성장의 문 · TRUST
시장이 답한 다음, 회사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매출은 느는데,
이익이 어디서 나는지 모릅니다.

[시리즈 리드] 성장하는 회사는 아홉 개의 문 앞에 선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규모의 문, 신뢰의 문, 진화의 문 – ACRAS가 8년의 현장에서 정리한 ‘성장의 9관문’을 한 편씩 해부합니다. 이번 편은 신뢰의 문 – 다섯 번째 문은 매출이 검증된 뒤에 옵니다. 시장이 답한 다음, 회사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영업에서 결재가 올라옵니다. 매출 상위 고객의 연간 계약, 조건은 두 자릿수 단가 인하. 승인 버튼 위에서 경영자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 이 가격에 팔아도 남는가. 이 고객이 매출 순위 몇 위인지는 압니다. 올해 매출 목표에 얼마가 채워지는지도 압니다. 모르는 것은 하나, 이 고객에게서 회사가 실제로 얼마를 남기고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결재는 매출의 논리로 승인됩니다.
이런 결재는 매달 있습니다. 매출은 제품별·고객별로 매일 집계되는데, 이익은 회사 전체로 한 달에 한 번 나옵니다. 어느 제품이 남기고 어느 고객이 새는지는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 채, 가격과 물량과 투자가 결정됩니다. 매출에는 합계가 있고, 이익에는 주소가 있습니다. 그 주소를 모르는 회사가 이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매출에는 합계가 있고, 이익에는 주소가 있습니다. 그 주소를 모르는 회사가 이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익의 주소가 사라지는 이유

이것을 재무팀의 역량 문제로 보는 경영자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Managing for Results』(1964)에서 기업의 경제적 현실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 성과는 소수의 제품과 고객에 집중되지만, 비용은 성과와 무관하게 거래의 수에 비례해 발생한다. 회계는 그 비용을 거래가 아니라 기간과 부서로 모으고, 월말에 매출 비율로 제품에 나눕니다. 이 방식에서 이익은 회사 전체의 합계로만 존재하고, 제품과 고객의 이익에 대한 주소는 배부 기준이 정하는 대로 옮겨 다닙니다.
성장은 이 구조를 악화시킵니다. 제품 판매만 하던 회사에 개발 프로젝트가 붙고, 그 위에 반복 매출이 얹히면 비용의 성격이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그런데 회계의 집계 단위는 하나입니다. 사업이 섞일수록 배부의 가정은 늘고, 가정이 늘수록 이익의 주소는 흐려집니다. 매출이 커지는 속도만큼 이익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누군가의 태만이 아니라 성장의 구조입니다.

매출로 시장을 얻은 회사가, 이익으로 미래를 사는 단계

이 문이 매출이 검증된 뒤에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드러커는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1954)에서 이익을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결정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시험이자, 내일의 사업을 위해 오늘 치러야 하는 비용으로 정의했습니다. 시장이 매출로 답을 준 회사는 그 다음 질문을 받습니다 – 어느 사업에 더 투자하고, 어느 고객과의 조건을 다시 협상하고, 어느 제품을 정리할 것인가. 이 결정들은 매출 순위로는 내릴 수 없습니다. 이익의 주소가 있어야 내릴 수 있습니다.

연말의 배부가 답이 되던 시절

회사가 작을 때 연말 배부는 옳은 방법이었습니다. 제품이 몇 개 안 되고 원가 구조가 비슷하면, 매출 비율로 비용을 나눠도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업이 섞인 뒤에도 같은 방법을 쓰는 데서 생깁니다. 배부 기준 하나를 바꾸면 흑자 제품이 적자로 넘어가고, 그래서 아무도 배부 기준에 손대려 하지 않습니다. 분기에 한 번 사후적으로 재구성한 이익은 다음 분기의 결정에 쓰기에는 늦고, 그 사이 견적은 어제의 가격표와 감으로 나갑니다.

요구하지 않은 숫자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스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경영자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해럴드 제닌(Harold Geneen)은 『매니징(Managing)』(1984)에서 보고된 숫자를 사실로 착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보고서의 숫자는 사실의 후보일 뿐이고, 경영자가 그 숫자를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 될 때까지 파고들 때만 경영은 사실 위에 선다는 것 – 그가 수백 개 사업부의 숫자를 매월 직접 읽은 이유였습니다. 이익의 주소도 같습니다. 경영자가 매월 제품별·고객별 이익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에서 그 숫자는 만들어지지 않고, 요구하는 회사에서는 시스템이 그 요구를 따라 설계됩니다. 이익이 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상태는 회계의 한계 이전에, 그 질문이 경영의 정기 안건이 아니었다는 신호입니다.

이익의 주소는 배부로 찾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점은 이렇습니다. 이익의 주소는 월말에 배부로 계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발생하는 시점에 기록되어 있어야 합니다. 외주 가공비가 어느 제품의 것인지, 엔지니어의 시간이 어느 프로젝트의 것인지, 물류비가 어느 고객의 것인지가 비용이 생기는 순간 정해져 있으면, 이익은 계산할 필요 없이 조회됩니다. 표준 SAP의 수익성 분석 구조가 매출과 원가를 같은 특성 – 제품·고객·프로젝트 – 으로 기록하도록 설계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배부는 그래도 남는 공통비에만 쓰이고, 그 몫은 작아집니다.
이 구조가 서면 지표가 바뀝니다. 매출 순위 옆에 이익 순위가 놓이고, 두 순위의 괴리가 협상 목록이 됩니다. 견적의 마진과 실제 마진의 차이가 분기마다 읽히고, 그 차이가 큰 제품군이 다음 개선 과제가 됩니다. 그리고 이 기록이 거래 단위로 쌓인 회사에서만, AI는 다음 분기 어느 제품군의 마진이 흔들릴지 미리 말해 줄 수 있습니다. 보이면 사람이 깨닫고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보이면 AI가 일합니다 – 정합성 있는 정보 위에서.

이익의 주소는 배부로 찾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발생하는 시점에 기록되어 있어야 합니다.

갈림길은 두 번째 사업이 생길 때 옵니다

원가를 어떤 단위로 집계할지, 원가 요소를 어떻게 나눌지는 시스템을 세울 때 정해집니다. 나중에 바꾸려면 재구축이 되는 결정들을, 처음에 옳게 잡아야 합니다. 그 뒤에 바꾸면 그때까지의 데이터는 주소 없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결정의 시점은 회계 시스템을 바꿀 때가 아니라, 회사에 두 번째 사업 모델이 생길 때입니다. 제품 회사에 프로젝트가 붙는 순간, 프로젝트 회사에 제품이 생기는 순간 – 그때 집계 단위를 다시 설계한 회사와 미룬 회사의 3년 뒤는 다릅니다.

산업이 달라도, 주소의 형태만 다릅니다

이 문(Gate)은 산업을 가리지 않습니다. 제품과 개발 프로젝트가 섞인 하이테크 기업에서는 제품군과 프로젝트가 주소이고, 채널이 늘어나는 리테일에서는 채널과 프로모션 뒤의 마진이 주소이며, 제조에서는 제품군과 설비 단위의 원가가, 인력으로 일하는 전문 서비스 기업에서는 프로젝트별 투입 시수가 주소입니다. 형태는 달라도 질문은 하나입니다 – 우리 회사의 이익은 어느 주소에 사는가.

다섯 번째 문을 여는 질문

우리 회사의 위치는 세 가지 질문으로 잴 수 있습니다. 매출 상위 다섯 고객의 이익 순위를 지금 말할 수 있는가. 견적할 때의 마진과 끝나고 난 뒤의 마진을 비교해 본 적이 있는가. 이익 보고서는 한 달에 한 번 회사 합계로 오는가, 아니면 매일 제품·고객·프로젝트 단위로 열리는가.
세 질문에 답이 막힌다면, 문제는 판매가 아니라 기록의 구조에 있습니다. 이익의 주소가 어디서 끊기는지, 도입 전 진단으로 확인해 보세요.

우리 회사의 이익은 어디에 사는가 – 도입 전 진단으로 확인해 보세요. → ERP 도입 진단

참고 자료
· Peter F. Drucker, Managing for Results, Harper & Row, 1964.
· Peter F. Drucker, The Practice of Management, Harper & Row, 1954. 국역 『경영의 실제』
· Harold Geneen & Alvin Moscow, Managing, Doubleday, 1984. 국역 『매니징』